김선희 칼럼

[타인이야기] 상처와 시간

관리자 2006-12-04 11:47 11729

“엄마 ‘아무는 게’ 모예요?”

나에게는 10살짜리 딸이 있다. 몇 년 전이었다. 딸아이가 종이에 살짝 손을 베인 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. 딱히 아주, 계속 아픈 것은 아닌데 그래도 살짝 내비친 선홍색 피에 좀 놀란 듯 하였고 어떻게 하여야 하나…하는 눈으로 엄마인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. “아프겠구나...다쳤네...좀 지나면..아물거야...근데 좀 기다려야 해...” 딸아이의 상처에 얼굴을 들이민 채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둘러주면서 나는 나름대로 딸아이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던 터였다. 그런 내게,딸아이가 물어보았다. 아무는 게 뭐냐고.

… 의외의 질문이었다.

나는 잠깐 생각하다 대답하였다. “음.. 그건….상처가 난 곳에 새 살이 돋아서 상처 자국이 희미해지거나 없어지는 거야. 그걸 아문다고 해. 근데 아무는 데는 시간이 걸려. 바로 아물지 않아. 지금 이 상처는 한 2일이나 3일…? 그 정도 지나면 아물어서 아프지 않을 거야…”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. 닭똥 같던 눈물도 어느새 거두었다. 딸아이의 얼굴 표정에서 긴장감도 사라졌다. 그렇게 내 딸아이는 상처에 대해 배웠고 아물기 위해 필요한 ‘시간의 길’을 걸어갔다.

딸아이는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고 2-3일 정도가 지나면 지금보다 덜 아플 것이며 더 시간이 지나면 상처자국마저 희미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게다. 상처가 아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. 그리고 상처를 입었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다독여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어렴풋이 느끼지 않았을까.

손가락에 살짝 난 상처도 이런데 마음에 난 상처는 어떨까.

우리는 살면서 이래저래 상처를 입는다. 나 또한 타자에게 상처를 입힌다. 더욱이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를 주고받을 일은 더 많아진다. 가까운 관계이기에 그 안에서 오고간 상처는 깊은 심리적 여파로 마음에 남는다. 이제 면역력이 생길 만도 한데 나 또한 여전히 마음 속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릴 때가 많으니 인간의 일부분은 영원히 어린 아이로 남는 게 아닌가 싶다.

그렇게 우리는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‘한 인간’이기에 서로 “돌보고” 서로 “도움”으로써 서로에게 “의지”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싶다.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고 또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을 것이다. 여기에 더하여 우리가 할 일은 “시간”의 도움 또한 받아들이는 인내심을 기르는 것이리라.

2006년 12월

김선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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